도박묵시룩 카이지의 몰락도박묵시룩 카이지의 몰락

Posted at 2008/04/13 18:05 | Posted in 분서갱유 만화부
만화를 떠나 모든 매체에서 전문성과 재미를 함께 갖춘다는 건 무지하게 어려운 일이다. 간단하게 의학을 소재로 삼는 놈들을 생각해 보자. 얼마 전에 한국에서 히트친 드라마 뉴하트는 의사들에게 여기저기 욕 보인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 그 전에 히트쳤던 종합병원이나 하얀거탑도 그리 전문성이 뛰어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역시 대히트쳤고. 좀 드문 놈들이 미국 드라마라는데 정작 미국 드라마를 안 봐서 모르겠다. 일단 돈을 쏟아 붓기로 유명한 미드인만큼 많은 고문을 영입함으로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한다. 어쨌든 배우 하나에만 돈을 바르는 드라마가 이 지경인데 만화는 거의 할 말이 없는 수준. 블랙잭이나 닥터K나 그냥 갑자기 메스랑 거즈만 꺼내면 환자는 살아난다. 그러고보니 거즈는 안 꺼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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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잭은 어쩌다 미소년이 되어서 재등장... Dr.K는 유사품에 주의하세요, 영화도 있었는 듯.

도박 역시 마찬가지. 사실 도박만화의 경우 꽤나 까다로운 게 독자를 설득하는 게 무지하게 어렵다. 어차피 세상 사는 게 완전한 게 없고 모두 확률이기는 하나 도박은 정말 확률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냥 '누가 확률을 잘 읽어서 이겼다'로 끝나 버리면 재미가 없으니 여기에 보통 추가하는 것이 '상대방의 판단을 읽었다'라는 것. 그런데 이게 그리는 사람이야 전지적 입장이니 그냥 쓱싹 나아가면 되지만 독자들 입장에서는 '아, 이 새끼 맘대로 다 되네' 식으로 진이 빠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성공한 도박 만화는 대개 그 매력을 다른 곳에서 구하는데 예로 김세영, 허영만 콤비의 '타짜'와 같은 경우 '도박'이라는 소재를 삶과 잘 엮어서, '마작의 제왕 테츠야'는 나름 캐릭터성을 활용해 이 문제를 극복한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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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테츠야는 게임도 나왔더라, 잘 팔렸는지야 나도 모르겠다만

하지만 어느 경우건 도박 그 자체로 독자들을 설득하는 만화는 무지 드물다. 즉 왜 주인공이 이길 수밖에, 혹은 질 수밖에 없는지를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장치를 만드는 만화가는 극소수. 그런데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던 만화가가 있었으니 바로 '후쿠모토 노부유키'. 이 양반이 그리는 만화의 매력은 누가 심리학 박사 아니랄까봐 살 떨리는 심리묘사를 구사하는 것이나 극한의 상황에서도 선악을 분별하는 인본주의에도 있지만 도박만화에 있어서는 효과적으로 독자를 설득하는데 성공하는 데 그 성공요인이 있다. 그가 독자를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방법은 바로 '사기'. 상대방의 카드와 내 카드를 보고 기대값을 산출해 그만큼의 돈을 걸거나, 혹은 이를 넘어서 동물적 감각으로 돈을 거는 일반적인 도박으로는 설득이 안 되기에 몇 가지 장치를 만든다.

예를 들어 '은과 금'에서는 상대방이 자신의 패를 테이블 유리를 통해 보고 있는 상황을 설정한다. 이 때문에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 주인공이 승리하는 방법은 준비해 온 카드를 게임 카드 아래에 깔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패를 착각하게 하는 것. 이런 식의 방법은 주인공을 힘든 상황으로 몰아 나가며 긴장감을 고조시킬 뿐 아니라 승패에 대해 충분히 독자를 설득시킨다. 물론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예로 방금 전 상황에서 주인공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패를 잘못 읽게 할 수 있으나 여전히 상대방의 패를 볼 수 없기에 불확실성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정도 설정만으로도 충분히 독자는 설득된다. 어차피 상대방은 '방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실수의 확률이 높으며 이러한 한계를 작가가 다시 지적까지 하므로.

'도박묵시룩 카이지' (이하 '카이지')는 '은과 금'에 이어 나온 만화인데 앞서 언급한 매력들이 가장 잘 살아 있어 (물론 마이너한 만화라는 한계는 존재하지만) 일본에서도 꽤 히트했다고 한다. 특히 이 만화에 등장하는 '자와자와'라는 독특한 의태어는 '카이지 폰트'라는 이야기가 들릴만큼 카이지의 대명사로 군림한다. 오죽하면
카이지 티셔츠명함 케이스조차 '자와자와'가 등장하겠는가? 참고로 일본에는 '카이지 폰트'도 있다는데 입력할 수 있는 글자는 '자' '와' 두 글자뿐인 쓰레기 폰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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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는 '술렁'이라고 번역하는데 보기 드물게 훌륭한 번역이라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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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슬프게도 '카이지'가 최근 한일 양국 모두에서 심하게 무너지고 있다. 1부가 13권으로 잠시 연재 중단되었을 때만 해도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으며 애니메이션 방영까지 될 만큼 공전절후의 인기를 구가한 도박만화가 어이 이렇게 순식간에 무너진 것인가? 그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자기 매력을 완전히 상실해 버린 데 있겠다. 즉 이전과 같이 효과적인 독자 설득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이는 '파친코'에서부터 나타났는데 여기에는 무려 트릭이 셋이나 존재한다. 무릇 좋은 속임수는 너무나 간단한데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 아무리 경찰들이 방을 찾아 뒤져도 찾지 못했던 편지가 책상 서랍 안에 있었던 '도둑맞은 편지'가 아직까지 명작 추리 소설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 덕택이다. 그런데 트릭이 셋이나 있다보니 이를 깨는데 무리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파친코'는 상대가 기계라는 점 또한 문제다. 지금까지는 '인간' 대 '인간'의 싸움이었기에 아무래도 좀 허술한 부분이 심리전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기계는 그런 거 얄짤없다. 그냥 조작이 잘 들어가면 성공하는 거고 아니면 끝이다. 때문에 트릭의 파쇄는 절대 실패 가능성이 없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등장하는 트릭들도 하나같이 무지하게 무리가 따르는 것일 수밖에 없어 설득도 되지 않고 심리전은 애초에 등장할 수조차 없어 도저히 흥이 나지 않는다. 이게 뭐 드래곤볼이나 원피스 같으면 그냥 그렇겠거니 하겠지만 애초에 대상 연령층이 완전히 다르잖아. 요즘은 초딩도 처녀가 애 뱄다고 하면 안 믿는 시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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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 달라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녀

어쨌든 파친코에서 승리하며 카이지는 지하노동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는다. 뭐 대단원이니 그냥 좀 퀄리티가 떨어져도 그렇거니 하려고 했는데 무슨 생각인지 작가는 카이지를 계속해서 연재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도박은 마작인데 방식이 좀 독특하다. 문제는 방식이 독특한 주제에 재미까지 없다는 점. 이건 뭐 속임수가 단순하기는 한데 문제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수준인데다가 덤으로 그걸 파헤치고 그냥 제로베이스에서 정상적인 게임을 한다. 한 마디로 보통 도박과 별 다를 바 없는 게임인데다가 질질 끌기까지 하니 성질까지 벅벅 긁는 수준이다.

덤으로 지금까지 카이지는 항상 빚 청산하기 위해 도박을 했는데 이번에는 어찌 되었든 그럭저럭 생활할 돈도 있는 놈이 이 짓거리 하니까 긴장감도 없고 어이도 없다. 하긴 목숨 걸고 10억 벌 수 있다면 88만원 세대건 386 세대건 친일 세대건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달려가기는 하겠다만. 일본도 경제가 어렵기는 한가보다. 덤으로 작가가
최강전설 쿠로사와 이후 개그에 맛을 들여서 개그성 장면이 좀 늘었는데 이게 비빔밥 마냥 융화되기는 커녕 스파게티에 와사비를 부어 넣은 수준. 아, 캡틴 츠바사도 그렇고 카이지도 그렇고 제발 적당히 끝 좀 내 줘. 돈도 많이 벌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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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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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도박묵시록 카이지 - 인생 막장에 몰린 도박사의 처절한 심리극 // 페니웨이™의 In This Film 2008/04/20 08:39 [Delete]
  1. 도박묵시록 카이지...언제봐도 그림체가 비호감입니다. 물론 우리 꾸꾸는 재밌다고 잘 보더군요. 저거 그림체를 순정만화 풍으로 바꾸면 여자들도 많이 볼텐데..대신 남자독자가 줄어들까요? -_-?
    오늘도 역시..본문과는 별로 관련없는 댓글입니다. 훗 그래도 1등!
  2. 초반만큼의 포스를 보여주질 못하고 있긴 하지만 특히 최근 진행하는 17보 게임은 일본에서는 대중적이나 국내에서는 대중적이지 못한 마작이라는 요소때문에 더 그렇지 않은가 싶습니다. 작년 하반기에 마작을 배운후에 17보 게임을 다시보니 마작을 모르던 기존과 달리 매우 재미있어지던데요..

    그리고 어짜피 지금의 17보 게임도 지면 빛더미에 떨어지게 되는 것은 다를바 없고.
    • 2008/04/14 14:49 [Edit/Del]
      국내에 생소한 소재이기 때문에 더 인기가 없기는 하지만 일본의 반응도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마작을 대충은 할 줄 아는데 '은과 금'에서의 그 트릭과는 달리 너무 흥이 떨어지더군요. 더군다나 마지막은 아예 실력 겨루기로 나아가버리니...
  3. 저번 설에 드디어 봐 주셨다. 2부까지만 보길 잘 했구나. 그나저나 오겡끼데스까?
  4. 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본래 카이지가 순식간에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가장 큰 이유는,

    모두가 알고있고, 모두가 즐기고 있다고 생각했던 가위바위보...

    그러나 몇가지 룰을 추가함으로서 그 가위바위보가 대번에 무지막지하게

    심오한 재미를 가지게 된다는 데서 출발한다고 저는 봅니다.


    그 뒤 황제와 노예, 회장과의 내기, 주사위....등도 그와 비슷한 재미를 주기위해 노력한

    흔적은 보이지만, 사실 가위바위보의 임팩트에 비할바가 못되었었죠.


    작가가 그 뒤로 연재를 계속하면서 소재로 삼은게, 일본인 모두가 즐기는 파칭코와

    마작인데...여기서부터 말씀하신대로 급격하게 작품 자체의 매력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마 마작에서도 연재는 끝나지 않을듯하고, 그 뒤에는 또 뭘 소재로 할런지;;
    • 2008/04/14 14:50 [Edit/Del]
      보조금을 지원해주면 그만하려는지... -_-

      개인적으로는 회장과 함께 하는 재비뽑기가 가장 제미 있었습니다. 제가 원래 단순해서 가위바위보까지도 머리가 못 돌아가는가 봅니다 ^^
  5. 카이지는 못보고 아카기 동인지 샷은 본 적이 있는데...새삼 동인작가들이 능력자라는 걸 깨달았습니다-_-;(그리고 한편으로는 무섭기까지..)
    딴 소리지만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심리학 전공은 낭설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고졸이라고 하네요.
    • 2008/04/17 15:17 [Edit/Del]
      저는 카이지 쪽만 보았습니다. 아카기도 찾아보아야겠군요. 말씀하신 내용은 확실히 낭설이 맞는 것 같습니다. 찾아봐도 그럴듯한 내용은 보이지 않네요. 중국인지라 웹이 느려서 수정은 안 할랍니다 ^^
  6. 가위바위보와 제비뽑기는 카이지의 백미죠. 그리고 이런 작가들의 무리한 발행을 볼 때마다 슬램덩크의 위대함이 느껴집니다. 사실 장기연재, 아니 42권까지 나간다 하더라도 드래곤볼 판매부수는 갱신되었을텐데 말이죠.
  7. 마작편을 보면서 전 제가 마작이 이해가 안되서 재미없는줄 알았는데 포스트를 보니 조금 위안이 되는군요.ㅋㅋ 역쉬 박수칠때 떠나야 전설이 되는데 말이죠. 그렇다고 푸른하늘양이 지금 은퇴하는건 반대입니다.
  8. OK목장
    저도 제비뽑기가 최고였던 것 같네요.
    끝나고 회장이 제비를 주는 장면 ㅋㅋ
  9. 저는 읽다가 뭔가 진이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라서 포기를;
  10. 여뱅
    마지막 짤방은 정말 대단하네요 ^^
  11. 저도 마작 부분은 처음에는 좀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그게 바로 주인공의 뒷통수를 때리는 내용이라는 사실을 알고 갑자기 재미있어지더군요. 인간의 배신, 도박 중독, 끝없는 욕망...... 그게 중요한 대목이 아닐까 느꼈습니다.

    카이지의 단순 명쾌한 도박 - 한정 가위바위보, 회장과의 대결 등은 정말 보편적이고도 효과적인 소재였지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대단한 작품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주인공이 도박 중독에 빠져서 정신 못 차리고 계속 헤매는 모습을 보면 안스럽기는 합니다.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는 느낌을 준달까요.
  12. 참고로 룩이 아니다 록이다 ㅡㅡ 제목이나 알고 포스팅하지 어이가 없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3. 마작이나 해 보고 지껄여라
  14. minhogu0826
    마작부분이 저도 처음에는 그닥 별로였는데

    마작을 배우고 할줄 알게되니 진짜 살떨릴정도로 재밌더라구요 ㄷㄷㄷㄷ

    마지막 우라도라 도라4 나왔을때도 처음엔 그저 그랬는데

    마작을 알고나니 우라도라 도라 4 장면을 보고 사장 좆됐네... 라는 생각이 절로..

    개인적으로 카이지의 백미는 도박도 도박이지만 도박에서 비롯되는 심리묘사가 대박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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