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츠바사의 몰락캡틴 츠바사의 몰락

Posted at 2008/03/30 19:50 | Posted in 분서갱유 만화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만화는 슬램덩크이다. 그러나 출판에서 저작권을 존중하는 문화가 좀 더 일찍 정착되었다면 아마 그 몫은 타카하시 유이치의 캡틴 츠바사에게 있지 않을까 한다. '캡틴 츠바사'라는 놈은 일본에 무려 '축구 열풍'을 일으키고 '동인지'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만큼 성공한 축구 만화. 다들 해적판으로는 한 번씩 보지 않았을까 한다. 참고로 SBS에서 방영한 '축구왕 슛돌이'와는 아무 관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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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 만화의 중요한 특징은 다 똑같이 생겼다는 것 (헤어스타일도 다 비슷)

한국에서 줄창나게 해적판이 출간된 후에야 당시 아이큐 점프를 발간하던 서울문화사는 '캡틴 날개'라는 제목으로 정식 출간을 단행했으며 이어 아이큐점프에 그 뒷 이야기 '캡틴 츠바사 J'를 연재한다. 그리고 중간에 갑자기 연재가 중단되었는데 아마도 한국이 일본에 2-0으로 깨지는 게 그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 덤으로 형식적으로는 아시아 결승이지만 달랑 네 페이지만에 패배하는 완전 피래미로 전락한 게 민족정신에 불타는 소년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킨 듯. 이는 출판사의 어마어마한 미스인데 과거 캡틴 츠바사를 아는 인간들은 이제 최소 중학생일텐데 왜 캡틴 츠바사를 전혀 모를 소년 잡지에 연재했는지는 모를 일. 영점프에만 연재했어도 이보다는 낳았을 듯. 여하튼 이 이유로 '캡틴 츠바사 J'는 그 흔한 단행본 한 번 출간하지 못하고 한국에서 그 명을 다하고 만다.

여하튼 우연히 최형의 컴퓨터에서 캡틴 츠바사를 발견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아직까지 발간되고 있었다. '캡틴 츠바사'가 중학교까지 내용이었는데 이후 고3 이야기를 다룬 '캡틴 츠바사 월드 유스(캡틴 츠바사 J는 게임 이름에서 따 옴)' 프로 입단 이후 이야기를 다룬 '캡틴 츠바사 Road to 2002' '캡틴 츠바사 Golden 23'까지 무지하게 우려먹고 있다. 물론 일본에 장기 연재 만화가 한둘이 아니지만 스포츠만화로는 아마 기록이 아닐까 싶다. 82년부터 연재했다고 하니 이미 장장 25년이 넘어버림. 우려먹기라고는 해도 이만큼 장기 연재하는데는 그만큼의 매력이 있다는 소리임. 츠바사의 어마어마한 영향력은
홍차도둑님의 글혜미오빠님의 글을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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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 만화도 곧 우울한 서른이다. 광석이 오빠의 '서른 즈음에'를 올리고 싶으나 저작권 때문에...

그래서 캡틴 츠바사가 지금 인기가 있냐면 'never!' 그 이유로 너무 질질 끈다, 페이지 한 장에 한 컷을 넣는 김성모식 진행을 한다... 등의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부차적이고 캐릭터의 개성이 '처절하게' 죽어버린 게 그 원인인 듯 하다. 사실 스포츠만화의 인기 원인은 대개 스포츠 그 자체에 있기보다 캐릭터의 개성에 있는 경우가 많다. 아다치 미츠루의 '터치', 'H2'만 봐도 야구는 개뿔 모르는 사람이 봐도 알 수 있으며 전문적인 이야기는 아예 나오지도 않는다. '슬램덩크'의 작가인 이노우에 타케히코는 농구부 경험이 있는지라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실제 작전 활용 등을 복잡하게 하지는 않으며 대개 독자들이 쉽게 따라올 수 있는 수준에서 멈춘다. 이들이 성공한 이유는 스포츠 그 자체보다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개성을 부여하는 데 있다. 그래서 성공하는 스포츠 만화를 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을 소홀히 여기지 않고 따라 스토리 진행 중 각자의 배경을 설명하고 개성을 드러내는 방식을 취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물론 이를 얼마나 적재적소에 배치하는가는 작가의 능력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방식은 스티븐킹의 창작론과 유사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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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슬램덩크는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 농구에 집중한다. 산왕과의 게임만 몇 권인지...

캡틴 츠바사 역시 각 캐릭터에 개성을 강하게 부여하는 데 성공한 만화이다. 축구만화라는 점에서 이는 무진장 대단한데 농구의 경우 5명이 코트에 서 있으며 스탯으로 영향력을 나타내기 쉬운 반면 축구는 무려 11명이 뛰어다니는 데다가 스탯만 보고서는 대체 이 놈이 뭐 하는 놈인지 알 방법이 없다. 야구는 어찌되었든 투수와 타자의 1:1이 반복되기에 개인 종목에 가까운 면이 있는지라 말할 필요도 없고. 그런데도 어찌어찌 캡틴 츠바사는 그 넘쳐나는 군상들에게 개성을 부여하는 데 성공. 덤으로 몇몇 캐릭터를 조기유학시키며 국제대회에서 만나는 외국 선수들에게마저 스토리라인을 주는 놀라운 신공을 발휘한다. 덤으로 그들을 통역기로 활용해 대화까지 시킨다...

방금 문단에서 이야기한 것은 캡틴 츠바사 본편 이야기고 이후 '월드 유스'부터는 이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어차피 스포츠만화의 스토리가 길어지면 기존 인물들의 스토리라인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든지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든지 해야 하는데 작가는 여기서 뭔가 갈팡질팡한다. 기존 인물들 중 어느 정도 비중이 부여되는 이들은 일부에 불과하며 새로운 인물들은 대충대충 넘어간다. 아시아 라이벌에 되어야 할 한국은 스트라이커 부상이라는 이유로 4페이지만에 끝나고 심지어 세계대회 준결승전은 한 페이지만에 두 경기 스코어를 보여주고는 끝나 버린다. 어차피 독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은 단순한 결과가 아닐진데 그저 결과만 보여주니 심심하다는 느낌이 들 수 밖에. 이런 식으로 가니 기존 인물들의 역할이 줄어들고 새로운 인물들은 개성을 부여받지 못한 채 그냥 축구만 한다. 아주 적절한 예를 들자면 훌륭한 스토리라인을 갖춘 성인영화를 보다가 포르노를 보는 느낌이랄까? 물론 나는 후자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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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스토리라인의 대표적 영화 쌍벽

더 구슬픈 것은 '월드 유스'는 그나마 양반이고 'Road to 2002'부터는 아예 작가가 츠바사 빠돌이로 전업한다. 농담이 아니고 츠바사 이야기밖에 없다. 그렇다고 새로 나오는 인물들이 무슨 스토리라인이나 배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츠바사한테 밟힌다. 오죽하면 츠바사가 스페인리그 첫 경기에서 3골 3어시스트를 기록한다. 'Golden23'에서는 다시금 대표팀을 형성한다는데 (이건 직접 보지는 못했다) 들은 바로는 츠바사, 와카바야시, 휴가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피래미급이 되어 '역시 츠바사가 없으면 안 되' 라는 말이나 해대고 츠바사가 히어로마냥 등장해 게임을 뒤엎는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사실 '슬램덩크'의 독자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다양하듯 '캡틴 츠바사'의 독자 중 츠바사의 팬 역시 일부다. 그런데 만화가가 츠바사 빠돌이 모드로 나아가니 나머지 독자들에게는 맘 아픈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슬램덩크 2부에서 강백호가 3점에 돌파력까지 익혀 돌아와 나머지 선수들을 밟는다고 생각해 보라. 이보다 큰 재앙이 어디있겠는가?

어쨌든 이런 고로 현재 일본에서 캡틴 츠바사의 인기는 거의 없다고 하고 그저 올드 팬들이 어이 되었나 하며 읽는 정도라고 한다. 캡틴 츠바사 게임은 이러한 모습을 잘 반영하는데 정작 캡틴 츠바사 스토리가 얼마 진행되지 않았을 때는 내용을 앞서가며 기대감을 부풀게 했는데 스토리가 진행되자 갑자기 예전 이야기를 다시금 게임으로 내놓으며 복고 심리를 이용, 마지막 우려먹기를 하고 있다. 돈도 돈이고 인기도 인기지만 역시 뭐든 박수칠 때 떠나는 게 좋은 것 같다. 이를 지키지 못해 캡틴 츠바사는 사람들의 추억을 아프게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김대중은 민주화 영웅에서 카드대란 역적으로 된 김대중보다는 조금 나은 것 같지만 걔는 대통령 선거 때마다 넙죽넙죽 절이라도 받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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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슬램덩크 2부가 나오지 않기를 절실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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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재 일본에서 캡틴 츠바사의 인기는 거의 없다고 하고 그저 올드 팬들이 어이 되었나 하며 읽는 정도라고 한다" ㅋㅋㅋ 무슨 일기예보도 아니고... (음.. 이엠비께서 요즘 일기예보까지 챙기신다고..)
  2. 슬램덩크는 너무 농구에 집중한 것도 있지만 후반부로 갈 수록 너무 억지 설정이 많아졌죠. 강백호와 서태웅의 하이파이브는 나름 멋있었으나 그 이전의 산왕전이 너무 어거지라 감동이 반감되었죠. 다른 건 제쳐두고라도 일단 산왕이라는 팀 자체가 워낙 상식밖의 팀이라서요..

    개인적으로 북산vs해남전이 제일 맘에 듭니다..^^;;
    • 2008/04/02 14:01 [Edit/Del]
      사실 게임 자체를 차치하고서 고교생들 레벨이 아닙니다. 대학 올스타팀을 가볍게 제압하는 산왕, 그리고 그들을 제압하는 북산 -_-
    • 칼라일
      2009/07/09 05:17 [Edit/Del]
      태클입니다. 슬램덩크가 만화 역사상 전설이 된 건 후반의 북산vs산왕 때문입니다.

      작가와 편집부 사이의 마찰이 심했다는 것은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요.

      작품을 끝내는 마지막 대결을 한두권으로 마무리 했다면 오히려 그걸 비난하셨을 겁니다.

      가끔씩 볼때는 즐겁게 보다가 세월지나고 나니 '솔직히 그건 좀 아니었지' 하는 분들 있던데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영화관에서 눈물콧물 다짜내다가 리뷰할때는 '이러이러해서 별로' 라는 심리 말입니다.

      만화가 100% 현실과 같다면 참 신선하겠지요.
      하지만 누가 그걸 보겠습니까.


      슬램덩크의 고딩들이 현실과 다르다는 걸 감안하고 읽어온 거 아닐까요.

      읽다가 'ㅅㅂ 고딩들이 뭔 덩크야' 이러고 책 놓는 사람 30평생 살면서 한명도 못봤습니다.

      작중캐릭터들이 NBA를 이긴 것도 아니고 말이지요.(하지만 솔직히 그정도 실력이라면 삐까치겠지만..)

      농구 만화를 두고 너무 농구에 집중했다는 글에서 어이가 없어서 글을 남깁니다.

      드래곤볼에서 ' 셀이라는 놈이 너무 상식 밖이어서 '
      북두에서 ' 라오우라는 놈 자체가 워낙 상식밖이어서'

      라는 말과 똑같군요.
    • 2009/07/09 15:43 [Edit/Del]
      글쎄요... 그냥 그렇다는 건데 심각하게 따지고 들 것 까지야-_-
  3. 전 캡틴 쯔바사를 게임으로 먼저 접했습니다. 진짜 축구게임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희한한 시스템이었는데, 그게 나름 재미를 줬던 것 같으요.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 봤던 것 같은데 와카바야시라는 캐릭터가 멋있어 보여서 좀 봤어요.. 사실 출판만화로는 좀 보다 말았습니다. 그래도 승환님 덕에 오래 전 기억을 되살릴 수 있어 좋네요.
    • 2008/04/02 14:02 [Edit/Del]
      사실상 월드 유스부터는 재미가 없으니 게임 쪽이 훨 낳은 것 같습니다. 5까지는 해괴한 시스템을 썼으나 그 시스템을 버린 이후 별 재미도 없고 인기도 없다고 하더군요.
  4. Favicon of http://pouramie.com BlogIcon k
    난 아직도 와카시마즈의 손가락 펴서 공 막기를 잊지 못해. 물론 골대 밟고 뛰어다니는 것도...

    이시자키의 바나나슛과 소다의 면도날 슛은 더 그립지..... :P
    • 2008/04/02 14:03 [Edit/Del]
      바나나슛은 어차피 중간만 되도 쓸모가 없는데다가 안면블로킹 체력 소모 때문에 더욱 쓸 일이 없었던 듯... 소다는 나중에 패스 전용 캐릭터로 전락했던 기억이 ^^
  5. 박수칠 때 떠나라...항상 듣는 말이지만 정말 중요한 말입니다.
    긴다이치(김전일)의 작화를 했던 사토 후미야가 예전에 캡틴 츠바사로 BL 동인을 했었다는 게 생각나는군요, 뜬금없이-_-;
  6. 아..저도 이만화 본기억이 ㅎㅎ. 슬램덩크는 저도 2부는 제발 안나왔음 좋겠어요.
  7. elwing
    그래도 슬램덩크 2부 나오면 볼래요..-_-;; 캡틴 츠바사는 아직못봤는데 이름은 많이 들어봤어요. 그런데 이승환님의 글을 읽고 보니 역시..안읽는게 좋겠네요.
    중국 생활은 어떠신가요?
  8. 츠바사가 아직도 나오는군요. 어디서 다운 받는지 좀...;;;
    아, 여긴 인터넷 느려서 어디서 받는지 알아도 그림의 떡이로군요 ㅡㅜ
    • 2008/04/02 14:05 [Edit/Del]
      필요하시면 일본어판으로라도 보내 드릴게요 (한국어판 없음) 허나 여기도 인터넷이 느려서 제때 업로드가 가능할지는 -_-...
  9. 낙타등장
    슬램덩크 완전 좋아~~
    그나저나,,,핸폰번호나 남겨도 ㅋㅋㅋ
    • 2008/04/02 14:06 [Edit/Del]
      중국은 야오밍에 이어 이지엔리엔이라는 놈이 NBA 진출하며 농구 열풍이 더 심해졌더라. 여기 학교에 농구 골대가 20개가 넘는데 항상 꽉 차 있음... 전화번호는 150-6614-6493
  10. 슬램덩크 2부가 나오지 말기를 바라는 1人..
    그러나 나온다면 무조건 볼 1人..-_-
    뭔가 모순이군요.;;
  11. 비밀댓글입니다
    • 2008/04/08 15:49 [Edit/Del]
      아, 컴퓨터는 거의 못 하고... (없으니까)

      중국은 와도 굳이 이 동네는 올 필요 없을 듯, 별로 볼 것도 없고 -_-a
  12. 아직까지 연재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었습니다 -_-b 작가가 근성도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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