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맨스랜드노맨스랜드

Posted at 2007/03/26 22:50 | Posted in 야동후후식 영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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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 형, 반전영화제 한다는데 가실래요?
승환 : 엥, 무슨 영화가 하길래?
후배 : 노맨스랜드라고 한다던데요.
승환 : No mens land? 무슨 여성 영화제 하나?
후배 : 반전영화제니까 No man's land하는 거죠.
승환 : 서양애들 작명 센스는 참 희한하군. No mens land가 반전영화의 제목이라니...

이런 호기심으로 보게 된 영화다 -_-

하지만 즐거웠던 호기심과는 달리 영화가 굉장히 코믹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메시지는 그다지 밝지 않다. 사실 보스니아내전이라는 잔혹한 사건을 배경으로 밝은 이야기가 나온다면 그 이상 현실성을 상실한 이야기도 없으리라. 물론 한 참호에 보스니아 병사와 세르비아 병사가 함께 고립되어 그 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초반부만 보면 휴머니즘이 가득 찬 이야기가 나올 듯 하지만 감독은 관객의 기대를 완전히 배신한다. 그것도 한 번에 배신하지 않고 관객에게 계속해서 기대를 안겨 주면서 이야기를 비극으로 치닿게 한다. 더군다나 삶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며 자멸의 길을 택한다. 마치 prisoner's dillema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 영화를 가지고 보스니아판 JSA라는 말이 있는데 적군과 잠시나마 손을 맞잡는다는 구성 외에는 전혀 공통점이 없다. 어느 정도 낭만적인 JSA에 비하면 노맨스랜드는 너무나 현실적이다. 언젠가 진주만이 등장했을 때 어떻게 전쟁을 이렇게 잘 묘사했냐고 사람들이 극찬했는데 나는 노맨스랜드만큼 전쟁을 잘 묘사한 영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전쟁의 묘사는 비행기가 멋지게 날아다니고 항공모함이 떠다니는 비쥬얼에 있지 않고 아픔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아픔은 단순히 산업 기반시설이 파괴되고 사람들이 집을 잃거나 목숨마저 잃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살아남의 이들의 이성과 감성을 앗아간다는 데에까지 나아간다.

노맨스랜드는 이러한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참호에서 니노는 치키에게 이름을 묻는다. 이에 대해 치키는 '연락처 묻고 주소 물어 파티라도 할 거냐, 나가면 우리는 총구멍으로 서로를 보게 될 것이다'라고 차갑게 대답한다. 사람들이 보기에 치키의 대답은 잔혹해 보이지만 전쟁 속에서는 니노의 행위야말로 어리석은 행위이다. 무엇보다 생존을 일차목표로 삼아야 할 전쟁에서 아군도 아닌 적군을 믿는다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위가 있을까? 전쟁 속에서는 잔혹해 보이는 치키가 오히려 정상에 가까운 것이며 니노의 낭만성 짙은 행위는 그가 아직 전쟁에 대해 파악하지 못한 초보병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뿐이다. 치키는 이후 다시금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지만 결국 고립되는 상황이 다가오지 니노를 믿지 못하고 총구를 니노에게로 향한다. 그리고 그 비정한 논리를 깨달은 니노는 잭나이프를 꽂는다. 심지어 모든 위기 상황이 해제되었는데도 그들은 서로를 향한 증오를 버리지 못한다.

이러한 말도 안 되는, 그러나 전쟁이라는 논리 속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상황을 지켜보는 인물이 있다. 몸을 조금만 움직이면 몸 밑의 지뢰가 터지는 체라이다. 이 영화 내내 죽음과 가까이 있는 그가 바라볼 때 친구 치키의 행동은 모두 바보같은 일로만 비춰진다. 전쟁이라는 논리 속에 휩싸여 모든 자유를 잃고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 있는 그에게는 전쟁이라는 상황 자체가 정상이 아니다. 이 비정상적인 상황 속에서 누가 옳고 그른 것을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치키와 니노는 서로에게 누가 이 전쟁을 일으켰냐는 질문을 하며 서로에게 적의를 키운다. 자신들도 결국 힘 없는 쪽이 모든 것을 덮어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질문을 한다. 그리고 상대방은 물론 자신마저도 죽음의 길로 빠뜨려간다. 그들은 서로에게, 그리고 상대방의 국가에게 적의를 불태우지만 큰 관점에서 보면 두 사람 모두 전쟁의 희생자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는데도 말이다.

영화의 배경은 보스니아 내전이지만 한국도 전쟁의 망령에서 자유롭지 않은 나라다보니 영화를 보며 내내 기분이 불편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르건 간에 사실상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끝났다. 그러나 전쟁세대는 물론 후세대들도 전쟁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 과연 그 전쟁은 그렇게 의미가 있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아무런 의미없는 어떠한 사건에 우리가 끊임없이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일까? 전쟁이 정당하다는 생각이 잔존하는 그 자체가 어쩌면 우리의 상황이 아직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은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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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으흑. 또 1등으로 댓글을 달고 있어...ㅜ_ㅠ)
    아 전 전쟁영화는 시러요. 제가 첨 본 전쟁영화가 플래툰인데 얼마나 맘이 아팠던지 흑흑.
    전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수 있을텐데..덜덜 그런 사람들은 직접 1:1로 맞짱뜨시고(wow에서 pvp라도..)젊은 생명들을 총알받이로 쓰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꾸꾸도 훈련소에 갔단말입니다. 흑)
    • 2007/03/28 09:58 [Edit/Del]
      1등인 것이 엘윙님의 굴욕이라면 마지막인 것은 저의 굴욕입니다 -_-
      훈련소 4주는 아무리 생각해도 다시 못 할 좋은 경험입니다, 연구원으로 몇 년을 박아야 하는 것은 조금 슬프지만 땅개들을 보면서 참으세염. 크크큭...
  2. No man's land ....
    외국의 '훌러덩 벌러덩 영화' 제목이랑 비슷하군요...
  3. 프리스티
    오 이 영화 참 좋았죠. 엔딩이 참 가슴 아프던.
  4.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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