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블로거들을 3류 찌라시로 만들었는가?누가 블로거들을 3류 찌라시로 만들었는가?

Posted at 2011/05/29 15:41 | Posted in 불법복제 통신부
파워블로거는 맛없는 식당만 찾아다닌다라는 기사가 떴다. 이 기사의 배경에 대해 추측하자면 언론이 최근 트루맛 쇼를 통해 돈 받고 찍는다는 '모두가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 드러났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일단 블로그에 대해서만 몇 마디.

미디어는 그 단수격인 medium에서 알 수 있듯 '매개체'다. 언론이 찌라시다 뭐다 해도 지금껏 어찌어찌 자기 할 일을 해 왔다. 그러나 그들에게 세상의 매개란 '사건 - 기자 - 언론사 - 독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들에게 사건은 어디까지나 공적 사안(public issue)이었다. 하지만 공적 사안은 언제나 기자의 머리 속에서 필터링되었고, 공적 사안은 동시에 '기자의 사안'일 수밖에 없었다. 기사는 기자 주변에서 일어나고 기자의 머리 속에서 재정리된 기록이다. 

문제는 이게 별로 연예기자들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 출처는 여기


블로거들은 이런 언론에 신선함을 더해줄 수 있는 매체였다. 그러나 블로거들은 제아무리 좋은 글을 써봐야 언론의 관심 밖이다. 매스 미디어는 이들을 무시했고 자신들의 틀, 이른바 나와바리를 공고히 지켰다. 기껏해야 싼 값의 블로거를 도매급으로 활용하는 정도였다. 싼 돈 주고 사는 기사의 질이 좋을 리 있을리가 없다. 이는 해외 몇몇 언론들이 좋은 블로거를 활용하려 하는 것과는 영 다른 태도다.

사실 (블로거는 아니지만) 미네르바도 다른 측면에서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 어느 언론도 미네르바의 주장을 조목조목 검증하지 않았다. 그저 미네르바가 오프라인에서 어떤 인간인지 검증(!)하기 바쁠 뿐이었다. 그리고 미네르바가 30대 백수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그의 예측이 틀리자마자 미네르바를 헐뜯기에 정신이 없었다. 진보 언론조차도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했을 뿐, 정작 그의 주장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거나 하지 않았다. 

이처럼 블로거는 '존중'받지 못한다. 정확히는 기성 언론이 아닌 이들은 언제나 듣보잡이다. 마케팅-PR회사에서 벌리는 프로모션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물건 가져다주고 리뷰를 쓰라고 한다. 그리고 돈을 안긴다. 여기서도 이런저런 문제를 떠나 결국 블로거들은 '존중'받는 존재가 아닌 그저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 같은 수단이라면 값 싸고 컨트롤이 용이한, 이른바 가격대 성능비가 뛰어난(!) 이들을 활용하는 게 좋다.

스타크래프트가 돌아갈 정도로 가격대 성능비가 우월했던 전지전능 옴니아 폰, 이거 칭찬하던 블로거들이 그립다


물론 많은 블로거들은 항변한다. '나는 정직하게 쓸 뿐'이라고. 그렇지만 아마 기업이나 홍보사 입장에서는 그들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 이미 이들의 리뷰가 나쁘게 나오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전에 한 번 건다운님을 만나뵌 적이 있다. 그 분도 때로 섭외가 오면 돈을 받고 리뷰를 쓴다고 하지만 조건이 있다고 한다. 식당이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예 안 쓰겠다는 조건이다. 그러다보니 정말 엄청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섭외는 영 뜸한 편이라고 한다. 이게 마케팅-PR 쪽에서의 시각이다. 

뭐, 맨 위의 기사로 돌아가서 다시 이야기하자면 아예 식당 곳곳을 돌아다니며 저렇게 반협박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좀 있다고 한다. 하루에 5곳 이상의 식당을 돌아다니면서 DSLR을 들이밀고 사진을 찍으며 돈을 갈취하는 양아치들 말이지. 그런데 정말 괜찮은 블로거들을 언론에서 존중하고 이들에게 명성을 심어주었다면 과연 이 지경까지 왔을지 아쉬움이 있다. 물론 저런 양아치 블로거 놈들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면 광고성 기사로 뒤덮이고, 친기업적으로 글까지 써대는 언론이 뭐 할 말이 있을까...

여하튼 기성 언론이 블로거를 인정할 일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블로거들이 현실적 영향력 확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좀 귀찮고 뻔한 일이겠지만 자체 세력화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한다. 블로거가 죽었다고 말이 많지만 사실 지금도 좋은 글을 쓰는 블로거는 많다. 몇 년간 내 구독 블로그 목록은 되려 더 늘어났다. 늘어난 건 소수지만 정보량을 버틸 수 없어 안타깝게 구독을 끊은 블로거들도 있으니 '정보'라는 측면에서만큼은 이전보다 블로그계가 더 풍요로워졌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그녀들을 위한 훌륭한 정보원도 늘었습니다. 이 글의 리스트를 참조하시길...


하지만 블로거는 여전히 3류다. 1류라 할 수 있는 기성 대형 언론은 물론, 2류라 할 수 있는 그 축에서 좀 벗어난 군소 매스 미디어, 또는 니치마켓을 장악하고 있는 언론에게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블로거들도 자체적인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품이 더럽게 들겠지만 자체적인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이를 미디어로 활용하는 길이 최우선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전에도 이런 시도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별로 성공적이라 보기 힘든 게 이들이 과연 얼마나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었는가이다. 여기에 필요한 몇 가지를 존경하는 블로거들의 글을 통해 이야기하자면... 아거님이 말하는 창의력, 상상력, (니치적인 성격의) 전문성, 민노씨가 말하는 곤조저널리즘손윤님이 말하는 삶과 체험이 아닐까 한다. 이 모든 요소를 갖추는 것은 조금 무리이겠지만 적어도 이런 성격과 완전히 멀어져 있는 유사매스미디어적 형태의 글쓰기로 미디어를 만들어봐야 그것은 자기 PR 수준이지, 블로그 기반의 새로운 저널리즘을 열어가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시사블로거들이 네트워크 하나 만들면 꽤 재미있는 게 나오지 않을까 하고 뭔가 해보고 싶기도 함. 사실 (내용과 역사가 어떻든 간에) 서프라이즈의 한 때 대박은 정치성 외에도 상당히 블로그스러운 냄새가 강한 데에서도 나오지 않았나 싶다. 지금 시사블로거들 보면 꽤나 재미있는 분들이 멋진 글 많이 쓰던데 뭐... 여튼 나는 블로그는 SNS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거기에 필요한 건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과 약간의 시간 투자가 아니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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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자기 좋은글 쓰고 좋은대로 쓰면 그만입니다. 그게 쌈마이 정신. 진짜 영향력있는 빠와는 바로 쌈마이에서 나오지 않습니까(?)
  2. 역시 훌륭한 글이구먼요!
    (인용된 링크도 아주 훌륭하...ㅎㅎㅎ...ㅡ.ㅡ;;)
  3. 네트워크 있었으면....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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